2023. 6. 20. 15:19ㆍ건강
동네병원에서 대장내시경(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안 되는 이유:
개인병원(동네병원)은 대게 내시경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의가 한 명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문이가 한 명 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전 10시에 예약이었습니다. 그런데 9시에 저보다 먼저 내시경 검사한 사람에게서 용종이 발견되어 검사시간이 좀 길어졌다며 11시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간호사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이전 내시경 검사가 좀 길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운영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용종이 발견될 것을 계산해서 여유 있게 검사 예약을 받아야 하는데, 이 병원은 환자를 많이 받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너무 타이트하게 검사 예약을 잡았습니다. 게다가 내시경 및 각종 검사를 마치고 간호사가 뒷마무리를 하고 다음 검사를 준비하는 동안 의사는 진찰 상담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가 간 곳은 1층이 이것저것 검사하는 곳이고, 3층이 진찰받는 구조였는데, 의사가 수술 가운을 입고 얼마나 오르락내리락 그러는지, 기다리는 내내 불안했습니다. 의사가 저렇게 바빠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니 내 차례 때 성급하게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11시쯤 간호사 안내를 받아 내시경검사실로 들어가 누웠습니다. 11시 5~10분쯤에 진정제(미다졸람)를 간호사가 넣겠다고 말하고 정맥에 투여했습니다. 넣자마자 바로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데 제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동행한 어머니께서 제가 계속 비명을 지르자, 수면내시경인데 왜 환자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저를 내시경검사실에 넣고 진정제까지 투여해 놓고 의사는 위층에서 다른 환자 진찰 상담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의사가 하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아 어머니께서 올라가 항의를 했고, 의사는 그제야 내려와 정확히 11시 46분에 내시경검사실에 들어간 것입니다. 즉 진정제를 투여하고 약 36분이 지나고 나서야 검사를 시행했으니 제가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른 것이고, 어머니께서 내시경실에 들어와 항의하자 진정제를 한 번 더 투여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세부내역서를 보니 미다졸람(진정제)이 2회 사용된 것을 확인해서 알 수 있었죠. (참고로 이전에 대장내시경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검사했을 때는 의사가 준비 마치고 진정제 넣으라고 하면 간호사가 넣고 즉시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 이게 원칙인 것 같습니다.)
진정제가 필요 이상으로 투여돼서 그런지 오후 1시가 되어서도 깨어나지 못했고, 점심시간 걸리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어머니께서 강제로 저를 깨웠습니다. 그렇게 내시경검사와 진찰까지 마치고 어머니의 부축 하에 비틀거리며 귀가했고, 오후 4시까지 술 취한 듯 약 기운이 남아있었고 두통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이런 의사의 만행과 저의 비명 소리 등으로 인해 심히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에 시달리셨습니다.
미다졸람(진정제)은 기억상실을 효과를 가지고 있어 수술하는 동안 고통을 느꼈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만약,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혼자 수면내시경을 받았다면 이와 같은 일이 있었어도 저는 전혀 알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이 소름 돋습니다.
원래는 조금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하려고 했으나, 예약이 너무 많아 석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처음으로 동네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아봤습니다. 그런데 오래 기다려야 하는 곳도, 금방 할 수 있는 곳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모든 동네병원이 이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시경 검사를 하는 전문의가 한 명 밖에 없는 병원이라면 이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 같습니다. 불가피하게 동네병원에 가서 수면내시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꼭 보호자와 동행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대장내시경를 하고 나니 항문 피부 손상이 발생하네요.. ㅜㅜ)